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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카스미> (2022) - 다마다 신야/ 글.박옥자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8-04 11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보통의 카스미> (2022) - 감독 다마다 신야


넓은 바다 한 가운데, 카스미 섬




 ‘인간은 바다에 떠 있는 각자 하나의 섬이다’ 프랑스 철학자 드빌레르가 말했다.
‘홀로 떠 있는 섬처럼 우리는 누구와도 똑같을 수 없으니 나답게 살자’라는 의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각자의 섬,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서 ‘카스미’는 그저 ‘나답게 사는 MZ세대’이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사는 삶을 편히 놔두지 않는 세상이다.
 결혼적령기라는 사회적 틀 안에서 소개팅, 맞선 등으로 남자를 만나보지만 도통 이성 감정이 생기질 않는다. 이성에 대한 연애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취향이 같은 남성에게 인간적 호감은 있기에 흔히 말하는 남사친과 타인이 보기엔 연인처럼 데이트도 한다

 그러나 남사친이 ‘카스미’를 이성으로 대하면서 균형은 깨지고 결국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사랑도 결혼도 관심 없지만 그런 그녀를 달리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답답하기만 하다. 이성에 무관심보단 무성(asexual)임을, 레즈비언으로 자신을 오해하는 동생에게 토해내듯 고백하는 대사로 전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동창 ‘마오’를 만나면서 나답게 살기 원하는 ‘카스미’의 삶에 커다란 활력이 생긴다. ‘카스미’의 무성애는 이를 고민하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아닌 자신의 무성애을 인정하고 나답게 살고 싶음이다. 또 하나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미우라 토우코(카스미역)의 매끄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풀어냈다.

 영화에는 세상의 소수자인 게이, AV(성인물) 배우, 무성애자가 등장한다. 이들의 등장과 약간의 작위성은 감독의 의도를 알기에 스토리텔링이 충분히 와 닿는다. 86년생 감독도 무성애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 더 이상 심도 있게 표현 못 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동성애의 사회적 토론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무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보통이라는 일반화로 너무 쉽게 타인을 특이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지,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보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성(SEX)에 관해 관심 없는 ‘카스미’가 결혼하는 AV(성인물) 배우인 친구를 위해 첼로 연주를 해주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힘차게 앞을 향해 질주하는 ‘카스미’를 핸드헬드 촬영으로 생동감 넘치는 마지막 장면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섬을 지켜내는 진정한 ‘카스미’를 보는 것 같다.

 세상을 살면서 나만의 세계에 갇혀 충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가 제시하는 세상의 보통 사람으로 변해가는 해법은 참고할 만하다. 혹시, 이성 성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라고 물어봐야 할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박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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