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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러브> (2022) - 클라우스 해로 / 글.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7-26 66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디어 마이 러브> (2022) - 감독 클라우스 해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을 준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관심과 존중 속에서 자기 내면을 이해하여 주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이를 만나 함께 일상의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가족이란 이러한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길 꿈꾸며 만들어진 가장 보편적인 울타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처럼 누구나가 인정하고 꿈꾸는 삶들이 우리들의 세계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을까?

 <디어 마이 러브>를 보면 참 많은 가족 속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이런 사랑의 온도와는 너무 동떨어진 채 외롭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선장 출신인 고령의 ‘하워드’를 돌보는 가사 도우미로 자기 딸의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며 살고 있던 ‘애니’가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완고하고 외로운 시간에 길든 무뚝뚝한 ‘하워드’와 조용하지만 딸과 손녀들과 애틋한 일상에 지내던 ‘애니’의 관계는 쉽게 섞이지 못하고 삐걱댄다. 하지만 곧 자기 내면을 이해하여 주는 ‘애니’에게 ‘하워드’는 연정을 느끼게 되고 둘은 노년의 깊은 사랑 속으로 빠져든다. 

 아일랜드의 고즈넉하고 묵직한 자연의 풍광 속에서 피어나는 노년의 사랑을 그리지만, 이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건 단순한 둘만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가족 그리고 각 개개인의 마음의 심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가 속해 있던 가족의 구성원인 아내와 딸과의 미묘한 갈등과 집착 그리고 그 속에서 추구되는 사랑, ‘애니’가 속해 있던 가족의 구성원인 남편, 딸과 아픈 사연과 극복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어루만지고 오랜 시간 속에서 침묵하는 아일랜드의 산과 바다를 영화는 묵묵히 펼쳐낸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노인들의 사랑도 풋풋한 청춘의 사랑처럼 아름답고 애틋함을 보여주며 관객을 미소 짓게 하지만 그들의 삶의 궤적 속에서 그 사랑의 의미가 단순한 마음의 울렁거림을 넘어서 긴 시간 속에 파도와의 몸부림 속에 새겨진 바닷가의 바위들처럼 유장하고 먹먹하다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핀란드에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안겨준 아일랜드 영화로 토론토나 시카고의 영화제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다.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시원한 액션 영화들이 천만 관객을 모으며 기세를 올리는 상황에서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잔잔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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