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나의 연인에게> (2021) - 앤 조라 베라치드 / 글.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4-07 9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나의 연인에게> (2021) - 감독 앤 조라 베라치드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1990년대 후반 독일, 튀르키예 출신 의대생 아슬리와 레바논 이민자로 파일럿을 꿈꾸는 치의대생 사이드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지만, 사이드는 몰래 사람을 만나거나 비밀로 해달라며 홀연히 사라지기도 하여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영화 말미 사이드가 아슬리에게 남긴 글에 쓰여진 날짜는 2001. 9. 10. 사이드의 실제 모델은 유나이티드 93편을 탈취했던 테러범 중 한 사람, 실명은 지아드 자라. 여주인공 아슬리의 모델이었던 인물은 911테러 이후 법정에 수없이 출두하여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고 한다. 영화의 많은 에피소드가 당시 법정 증언에 근거해서 만들어졌겠다. 

 이쯤에서 감독 앤 조라 베라치드에 대한 궁금증이 치밀어오른다. 독일 출신으로 미술 전문고등학교를 거쳐 사회 교육학을 전공한 뒤 런던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2009년 단편 영화 <성자와 창녀>를 만든다. 첫 장편은 2013 <투 머더즈>.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레즈비언 커플이 현실의 벽 앞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두 번째 연출작 2017 <24주>에서도 태어날 아이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 인기 코미디언의 낙태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그리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의혹이 자리 잡은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연 맹목적인 신뢰를 보낼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가? 영화의 원제는 ‘copilot’ 부조종사, 알고 보니 제목 자체가 비극적이었다.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사랑은 연인의 일부만을 보게 하고, 한 가지 매력이 다른 단점을 가리게 만드는 초능력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아슬리라는 한 인물의 삶을 그 끔찍한 폭력의 부조종사로 위치하게 하였을까. 그것은 기꺼이 위험하고 무모한 길로 이끄는 사랑의 속성, 그 불완전성이 아닐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되는 영화, 아슬리의 깊은 눈매가 아직도 선하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2021) - 애나 릴리 아미푸르 / 글.도라 2023-04-13
다음글 <차별> (2021) - 김지운,김도희 / 글.이창근 2023-04-05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