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어떤 영웅> (2021) - 아쉬가르 파라디/ 글.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3-24 11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어떤 영웅> (2021) -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담화와 사건만으로 조리된 우리 시대 ‘영웅신화 음미’ 스테이크




 어떤 남자가 있다. 그는 돈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갔다가 이틀간의 귀휴를 받아 고향에 돌아온다. 우연히 여자친구가 주운 가방 속 금화를 활용하여, 남자는 곤경에서 벗어날 희망을 품는다. 채권자에게 일부 변제를 전제로 고소 취하를 요청해보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가방을 누나에게 맡기고선 주인을 찾는 광고를 내고 감옥에 복귀한다. 이에 주인을 자처한 여인이 찾아와 가방을 받아 가고, 교도소장은 자살 비리를 덮기 위한 일환으로 이 사건을 한 제소자의 미담으로 미디어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에 남자는 지역 영웅이 되고, 특별휴가를 받으며, 자선단체가 주도하는 기부금 모집의 주인공이 되고, 시의회 행정직을 제안받는다. 

 이 한 위약한 인간의 유익한 ‘영웅행진’은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이런저런 의심을 전하는 세간의 소문에 민감해진 의회 행정관은, 이 선행의 입증을 위해 필요한 물증을 요구하는 까다로움을 발휘한다. 이에 가방을 찾아간 여성을 찾아낼 수 없었던 남자는, 주변 친지들과 함께 증인과 증언의 조작으로 대응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욕구좌절의 한가운데에 놓인 이 비루한 남자는, 이제 이 악의적 소문의 진원지로 의심되는 자신의 전 장인인 채권자를 찾아가 분노의 주먹을 날린다. 이 장면의 동영상 기록이 시의회와 자선단체에 보내지고, 우리의 영웅은 이제 치한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다. 이제 자선단체는 남자를 위해 모금된 돈의 지급을 거부한다. 그러나 자선단체는 스스로의 권위와 위신에 금이 갈 것을 걱정하여, 이 남자가 이 기부금을 사형수의 가족을 돕는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히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결국 동영상은 SNS에 유포되고, 이에 대항하여 남자는 가족이 출현하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동정심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자기의 말더듬이 아들이 ‘활용’되는 상황까지는 용납하지 못하고, 감옥에 돌아온다.

 이란의 한 단순 순박한 공동체에서 진행되었던 이 ‘영웅 만들기’와 ‘영웅 지우기’의 이야기는, 복잡한 도시 문명의 인간 군상 속에서 특정한 가치가 추천되고 확인되는 과정의 본질이 ‘선전’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 모든 요란한 주의집중의 중심이 되는 ‘선량한 모델’의 이면에는, 결국 위약하고 비루한 소시민의 초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인정과 추천의 언어로 포장되는 세속의 온갖 현란한 가치들의 깃발 아래에는, 경직된 자본의 논리가 옥죄고 있는 세상에서 고만고만한 배경과 역량 및 성실성 그리고 도덕관으로 겨우 지탱하는 평범한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어떤 영웅>은 그 씁쓸함을, 두꺼운 양념과 느끼한 기름기를 모두 뺀 채 ‘담화와 사건’만으로 조리된 담백한 스테이크로 전하고 있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차별> (2021) - 김지운,김도희 / 글.이창근 2023-04-05
다음글 <6번 칸> (2021) - 유호 쿠오스마넨/ 글.지니 2023-03-17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