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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칸> (2021) - 유호 쿠오스마넨/ 글.지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3-17 96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6번 칸 (2021) -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우리의 일부만이 다른 이의 일부와 닿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전체의 2/3가 열차 안에서 진행된다. 라우라는 핀란드 출신의 유학생으로 대학의 문학 교수이자 이리나와 연인 관계이다. 1만 년 전에 새겨진 암각화를 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지만, 이리나가 돌연 약속을 취소하면서 혼자 기차에 오르게 된다. 무르만스크로 가는 열차 ‘6번 칸’에는 술에 취한 남자 료하가 있었다. 그의 거친 말투와 행동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라우라는 내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만, 마땅히 있을 곳이 없다. 

 이내 여행을 끝내려고 정차한 기차에서 내려 이리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연인의 목소리에 다시 6번 칸으로 돌아온다. 3일의 여정 동안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던 료하와 라우라는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에 베풀었던 친절이 배신의 결과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6번 칸>은 핀란드의 대표 작가 로사 릭솜(Rosa Liksom)의 소설이 원작이다. 역시 핀란드 출신의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6번 칸>의 출발점을 풍경, 기차, 모스크바 그리고 매우 다른 캐릭터 사이의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을 1990년대 후반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90년대 후반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이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적이었다는 생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또한 <6번 칸>이 추억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라고 말했다.

 고생하면서 보러 간 암각화는 눈 속에 묻혀 있는 보통 바위로 정작 영화에선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 처음 도입부에서는 라우나의 불편한 마음이 느껴졌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료하가 라우나에게 보낸 서툰 메모가 그들의 미래를 예견해주는 것 같아서 로맨스 장르가 맞는구나 싶었다. 비록 투박하고 거칠지만, 겨울이라서 라우나가 암각화를 보지 못하게 될까 봐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는 료하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준 게 아닐까?

 두 주인공의 뻔하지 않은 캐릭터와 예상하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가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매력적이었다.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면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이유를 알게 하는 영화이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6번 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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