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그대 어이가리> (2022) - 이창열/ 글.박옥자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3-15 153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그대 어이가리 (2022) - 감독 이창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꽃길만 걸으세요”
누구나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길이 꽃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안다.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치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 영화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떠나보내며 소리꾼 남편이 부르는 ‘아내를 위한 노래’다.

 꽃잎처럼 예쁘게 살고 싶었던 영화 속 연희는 자신에게 치매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을 눈치채면서 추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않기를 남편에게 당부한다. 
남편 동혁은 돌보면 나아질 줄 알았던 연희의 증세가 악화하자 국악인으로 평생 밖으로만 돌았던 자기 잘못인 것만 같아 후회와 자책에 빠진다. 
병을 감당하는 가족, 특히 남편의 일상에 무게를 둔 영화이다.

 아내 연희의 병을 감당하느라 삶이 무너져가는 남편의 감정이 소리꾼 동혁의 구음으로 표현된다.
소리꾼 남편이라는 절묘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전통 소리로 표현되는 시린 감정의 울림이 대사보다 더 시리다.
이 영화의 백미인 연희와 동혁의 이별 장면은 물기 가득한 한 폭의 수묵화다.
저수지에서 아내를 보내며 만가를 부르는 남편 동혁의 처연한 춤사위는 눈물샘 자극을 넘어 관객 모두가 그 둘을 목도하는 듯한 생생한 전율로 전해진다.
명창에게 사사했다는 배우 선동혁과 연극으로 다져진 정아미 배우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가 빛을 더했다.

 영화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꽃상여 장면은 60여 년의 시차를 가지고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다.
 강 위의 다리를 지나가는 연희의 밤 상엿길은 레테의 강을 건너며 또 다른 소풍 길의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 
상여에 수백 개의 전구가 어우러져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 영상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이다.
죽음은 끝이 아닌 꽃상여 타고 또다시 소풍 길에 오르는 축제 같은 의미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창렬 감독의 순수가 힘을 발휘한 먹먹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이다.

 치매! 멀거나 두렵거나, 누군가에게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잔인하게 아픈 현실이 사실이다.
그 병의 단어만 떠올려도 고개를 가로젓는 이도 있지만 소리로 표현된 감정과 이 영화의 미학을 떠올리며 눈과 귀를 위한 시간의 할애를 권하고 싶다.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고 작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박옥자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6번 칸> (2021) - 유호 쿠오스마넨/ 글.지니 2023-03-17
다음글 <더 웨일> (2022) - 대런 아로노프스키/ 글.심규문 2023-03-14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