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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2022) - 사임 사디크/ 글.박옥자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2-21 65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조이랜드> (2022) - 감독 사임 사디크/ 글.박옥자





 귀에 익지만, 아는 게 별로 없는 파키스탄에서 날아온 영화 <조이랜드>를 호기심을 가득 안고 만났다. 무슬림이 인구의 97%인 파키스탄은 가부장제의 관습과 남아선호가 강한 나라이다. 아들이 아니면 족보에 기재조차 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여성의 인권이 어떨지 가늠이 된다. 파키스탄 출신,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제작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가 모든 걸 보여주거나 설명하진 않지만, 어느 감독의 말처럼 ‘타인의 삶을 들여보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기에 무슬림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화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무슬림, 그들도 매일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아버지는 집안 모든 일에 관여한다. 집안일을 전담하던 아들 하이더르(알리 준조)가 뮤지션 비바(알리나 칸)의 백댄서로 취직하자 메이크업 일을 하던 며느리 뭄타즈(라스티 파루프)에게 집안일을 하도록 강요하면서 가족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관습에 길든 가족이다. 아버지에게 억눌려있다 비바를 만난 후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하이더르, 사회에 진출하여 자아 성취를 하고 싶은 갈망이 컸지만 집안일에 갇혀버린 뭄타즈, 성 소수자로 늘 차별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 나가는 트랜스젠더 비바,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억압된 성 정체성, 개인의 꿈, 욕망이 관습과 편협함에 순응하면서 인간이 어떻게 파괴되고 변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관습에 순응한 대가가 가족의 비극인데 이런 비극을 끝으로 다음 세대는 ‘조이랜드를 맞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플래시백으로 보였던 하이더르와 뭄타즈의 첫 만남 장면은 그녀가 꿈꾸던 삶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새 생명을 잉태했음에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선택을 했던 뭄티즈의 희생이 가장 가슴 시린 여운으로 남는다. 부감 샷으로 보여진, 염소를 도살한 후 피가 낭자한 마당 장면마저 아름다웠던, 촬영계 최고상 후보에 오를 만큼 탁월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색감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 대한 연출 의도 글에서 감독 사임 사다크는 “자전적 성장 이야기자 가부장제의 인적 희생을 치른 모든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마주이며, 궁극적으로는 그저 조국에 보내는 가슴 아픈 러브레터”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파키스탄에서는 상영 금지된 상태다. 영화를 보지도 않은 소수의 비평가 집단에 의해 서글픈 처분을 받은 현실이 과거 우리 영화계 실정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한때는 검열에 난도질당한 영상물을 감상할 수밖에 없던 ‘그때 그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기에.

 <조이랜드>가 하루빨리 파키스탄에서도 상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하길 권해본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박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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