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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 (2021) - 감정원/ 글.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1-03 90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희수> (2021) - 감독 감정원





 공장의 거대한 기계 형상이 전능한 맘몬의 눈 같다고나 할까.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암전되기까지 1분여, 이 도입부가 영화의 기본 설정과 배경을 축약해 놓은 셈.

 주인공 희수는 대구 염색공단의 공장과 동대구역 일대에서 도경리 무인 역사를 경유해 동해 묵호 바닷가를 반복적으로 부유하듯 떠돈다. 영화 속에서 희수는 늘 등을 돌린 채 표정을 숨기면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왜 이동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길은 없다. 대사가 거의 없고 마음을 극적으로 표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저 따라가 볼 뿐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 <무성통곡>으로 이 궁금증을 대신해 준다. 차마 토해내지 못했던 울음을 가득 채운 애통함이 깃든 시다.

 희수는 기계가 드리운 합성섬유 장막 속으로 점검을 위해 들어갔고 '첨벙' 소리와 함께 다시 나오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안전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 장면이, 이해되지 못하고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스토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산재는 단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예정된 손실일 뿐, 영화는 차라리 소외와 슬픔에 대한 애가(哀歌)다. 부당한 세계의 질서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대신, 슬픔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연민과 기억의 정서가 가득한 세계를 담아낸다. 

 지역에서 단편영화 연출은 물론,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독립영화계의 일꾼으로 활동 중인 감정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한다. 잔잔하면서 충분히 섬뜩하다. 시적인 응축의 서사다.
 희수 역의 공민정 배우는 개인적으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눈도장을 찍은 호감 가는 배우다. 다음은 그녀의 인터뷰 내용이다.
  "감독의 톤을 참고해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를 봤고, 감정원 감독이 권해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안개 속의 풍경>도 봤다. 희수의 대사는 적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나 자신과 많은 대화를 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을 온전히 다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 힘듦이 고통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끝내 함께 여행하지 못한 연인 학전이 희수의 여행 경로를 뒤따른다.
공단의 하천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영화 내내 입김이 차가운 겨울이었다. 말미에 비로소 산수유꽃 같은 희미한 미소가 희수의 얼굴에 번진다. 누구를 또는 어디를 바라보는지 모를 눈빛으로.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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