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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2019) - 감독 래드 리/ 글. 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4-20 571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레 미제라블> (2019) / 래드리


<레 미제라블(1862)>의 생생한 21세기 영상 버전




 2018년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프랑스. 에펠탑을 뒤로 하고 빽빽이 모여든 각종 피부 빛깔의 군중이 ‘하나의 프랑스’를 외치는 시퀀스는 첫 장면부터 막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파리의 외곽 지역 몽페르메유의 현장은 그러나 곧 단합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일체감과는 너무도 먼 거리에 있는 곳임이 밝혀진다. 두 세기 전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을 쓰고 있던 자리에 초등학교가 있고, ‘꼬제트’가 ‘고제트’로 바뀌어 있는 곳. 바로 천민자본주의 체제의 극단적 착취가 수많은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배타적 공권력이 잔학하게 그들을 다루었다고 글로 묘사했던 공간. 
 
 21세기 버전으로 전환한 가상현실 속의 이 공간은 인종과 종교, 사회계층의 차이에 따른 반목과 긴장 속 충돌이 일상화되어 있다. 언제라도 사소한 이유를 계기로 상이 집단들 간 적대행위가 발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마치 ‘분노’라는 휘발유가 흥건히 뿌려져 있어 대립 진영으로부터의 ‘도발’이라는 점화를 상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한 가운데에서 균형과 질서를 이루도록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찰은 그러나 일상적 차별을 감행하며 권위주의적 행태로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에만 급급해한다. 그렇게 이 비참한 사람들(레 미제라블)의 집단 간 비극적 충돌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급기야 그 오만하고 억압적인 공권력을 행사하여 스스로 분노의 표적이 되고 파국적 결과를 향해 간다. 

 <레 미제라블>은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다. 처음 대규모 군중신에서부터 주인공인 경찰 일행 세 명이 거리에서 마주한 사건, 인물들의 행동, 크고 작은 대립을 묘사하는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생생한 현장성과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며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대체로 거리를 휩쓰는 ‘분노’라는 정서를 주제로 한 호흡으로 찍어낸 뮤직비디오 같다. 그 느낌은 그러나 구체적인 노랫말도 일관적인 멜로디의 활용도 없는, 백 분짜리 다큐의 형식으로 ‘선동’된 결과이다. 그만큼 <레미제라블>은 강렬하다. 큰바람에 휩쓸 듯 한순간 타오르던 화염처럼...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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