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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2023) - 김현지/ 글.지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1-29 55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어른 김장하> (2023) - 감독 김현지/ 글.지니





 진주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해온 김주완 선생님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인터뷰가 지금 시작됩니다”로 시작되는 <어른 김장하>는 한평생 남을 위해 살아온 김장하 선생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19세에 한약사 시험을 통과하여 한약방을 운영하며 돈을 벌어 진주 지역 모든 분야의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에 지원해오신 진주의 진정한 어른에 관한 이야기이다. 선생님이 나오는 장면보다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서 완성된 영화기도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1984년 명신고등학교를 지어 8년간 운영하다가 1991년 학교를 국가에 헌납한 일이다. 이사장 퇴임 인사말에서 명신고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이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 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에게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라고 말씀하신다.

 김장하 선생님은 1,000명 이상이 되는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고 어려운 이들을 많이 도왔지만, 간섭하지 않았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019년 후보자 청문회 자리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신 선생의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 말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지역 단체를 주로 뒤에서 돕는 편이었고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는 김 전 이사장에게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형평운동 기념사업회 회장과 이사장직을 맡은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형평운동은 이 영화에서 처음 듣는 운동인데 1923년 진주에서 시작된 백정해방운동, 계급철폐 운동으로 기본사상이 평등사상이며 남녀 간의 차별, 빈부의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2007년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가시적인 사회운동이자 반차별 운동으로 자리매김한 지 16년이 흘렀는데 그보다 훨씬 앞선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모든 분야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평등정신을 바탕에 두고 있어서 1996~2000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이사장을 맡으면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 보호시설인 ‘내일을 여는 집’ 설립을 지원하고 호주제 폐지에도 동참하며 거리 캠페인에 함께한 것은 어쩌면 선생님에게는 형평운동의 일환이지 않았을까 싶다.

 선생님이 60년 동안 지켜오던 약방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달려온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조심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생님의 향기 나는 삶을 본받고 싶은 나에게 <어른 김장하> 영어 제목이 ‘A man who heals the city’(도시를 치유하는 사람) 유난히 와닿는다. 본격적인 겨울의 길목에서 꼭 봐야 할 영화 <어른 김장하>를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본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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