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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2021) - 박송열, 원향라/ 글.깁슨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11-11 111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2021) - 감독 박송열, 원향라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부분 최우수 작품상, 부산국제 영화제 KBS독립영화상(박송열), 크리틱b상(박송열)을 수상하였고 2022년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박송열)을 수상하였다.

 직업이 없는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남편인 영태는 선배에게 약간의 대여료만 받고 카메라를 빌려주었으나 선배가 차일피일 반환을 미루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려 돌려받지 못하고, 아내 정희는 궁핍한 살림에 사채를 빌려 썼다가 입장이 곤란해진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들이 어찌어찌 해결되는 과정 등을 보여주나 정작 어려움이 해소되는 결말이 없다. 구직활동을 하며 삶의 더 나은 방향을 꾀하지만, 그 노력이 가져올 것에 대한 기대는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가난은 끝내 해결되지 않는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의 가난이 일상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부부가 겪는 빈곤이 탈출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을 아무것도 없는 삶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생기를 모두 잃은 상태로 보여주는 ‘리얼리즘’ 영화들과는 다르다. 적극적인 가난의 현장을 떠올리기보다 그냥 찌들어 버린 가난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기로 작정한 것 같다. 

 전셋값이 오를까 염려하고 생활비가 부족해 고민하는 영태와 정희에게 가난은 일시적인 어떤 현상이 아닌 이미 몸에 배어 버린 당연하게 존재하는 상태이다. 영태 부부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만, 피부로 느껴짐은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생계를 잇는 것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가난은 그냥 생활이고 당연시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관람하는 동안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 없어 화가 나기도 한다. 전반부에서는 무엇인가 기대를 하며 관람하게 돼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지만, 중·후반부부터는 과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약간의 지루함을 갖게 된다.

 영화에서 영태 부부의 대화를 듣다 보면 자신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피라미드는 나쁜 거야”, “내가 그 돈을 일부라도 돌려줘야 마음이 편해” 등. 불명예를 지니고 싶지 않았던 영태가 고민을 거듭하는 시간 끝에 결론을 내리고 걸음을 되돌리는 순간, 그건 현재의 상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일상이 그나마 존속할 수 있도록.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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