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우연과 상상> (2021)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기억? 유년? 나?를 찾으려는 몸부림들이 조용하게 처절하다. 우연이 만들어낸 인생의 순간들은 마법 같은 것, 우리는 그것을 무심히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담담히 포착해내고 있다. 말과 말 사이에서 한 편의 소설이 자라나 태어났듯 우리는 '나'와 '나' 사이에서 당당해야 한다. 나와 너 사이에서, 우리 사이에서, 우연과 우연 사이에서 진실이 묻어나고 상상은 피어난다. 상상은 어쩌면 극도의 리얼리티다.
<해피아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긴 호흡의 작품을 주로 만든 감독이 이례적으로 시도한 옴니버스 영화다. 잔잔한 듯 요동치며, 우아한 듯 도발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드라이브 마이 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에서 채집한 몇 가지 이야기 조각을 느슨하게 환기하는 장편이라면, <우연과 상상>의 개별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 ‘우연과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연결되고 있다. 당하느냐, 당했느냐, 그리워하느냐의 다각도의 유혹에 매혹될 듯, 지켜보기만 할 듯 줄타기를 하며 두 시간을 지나가게 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스쳐 지나가던 옛친구를 만나고 서로를 기억하고 그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넌 내 이름 알아? 얘기하다 보면 생각날 줄 알았어'라고 고백하는 중년의 여인. 보고 싶은 사람을 타인에게서 보아내고, 그리고 서로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시간이 천천히 나를 죽여'가고 있으므로. 첫 만남에서 '서로 깊은 곳을 매만지는' 것 같은 대화를 하고 설레는, 타인을 느끼게 되는 일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들이다. 우리, 우연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상상 같은 현실을 기다려 볼까요?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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