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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아내> (2020) -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 글. 엘사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3-30 474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스파이의 아내> (2020) / 구로사와 기요시


아내의 선택



낡은 공장 앞에 흰옷을 입은 병사와 검은 옷을 입은 병사가 지키고 서 있다. 까마귀 울음과 함께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잡혀가는 외국인이 첫 장면부터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동시에 인상 깊었다. 위압적인 동시에 유럽, 터키에서나 볼 법한 파란 대문이 주는 따뜻함이 한 장면에 모두 드러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일본 영화는 <냉정과 열정 사이>, <카모메 식당>,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처럼 따뜻한 일상을 다룬 작품들이었다. 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 등이 큰 감정 기복 없이 이어져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선물하곤 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 같은 작품들을 좋아했던 터라 이번 <스파이의 아내>는 내게 독특하게 다가왔다. 감독이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군국주의 시대를 소재로 과감히 채택했다는 점도 기대를 하게 했다. 

주인공 사토코는 남편이 삶의 전부였다. 그녀가 끝까지 남편을 의심하지 않고 그를 위해 목숨을 내건 이유는 너무나 당연했다. 아내는 남편만을 바라봤기에 자신에게 훗날 어떤 비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내가 만약 사토코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선택을 한다. 옳은 선택일 수도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더욱 어렵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토코와 같은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 결론 내렸다. 스파이 남편을 향한 아내의 순진하고 무한한 사랑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스파이의 아내>는 이야기보다, 배우에 시선을 더 머물게 했다. 사토코의 담백한 연기와 1940년대 풍의 의상이 잘 어울렸고, 멋스러웠다. 또한 의상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이었기에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유사쿠의 행동이었다. 정말 아내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전형적인 스파이의 프로정신일까.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난 절대 미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난 미친 거예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아내의 마지막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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