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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 (2018) - 감독 김무영 / 글. 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3-10 440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밤빛> (2018) / 김무영




 <밤빛>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엔딩 크레딧이 먼저 올라오고 ‘배호’의 묵직한 음성과 노랫말은 이 영화의 줄거리와 분위기를 암시한다.

 병원비가 없어 더는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퇴원한 주인공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괴로움을 달래보지만 이내 기침과 가쁜 호흡으로 괴로워한다. 거울 속에 비친 피가 묻고 초췌한 자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산속에서의 생활 모습은 더디 흐르고 고정된 카메라와 느릿한 화면의 흐름은 지루함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내 기차 속 10대 소년의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평생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들이 주인공을 찾아오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짜장면을 먹는다. 아버지를 아저씨라고 부를 만큼 서로가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두 사람이 2박 3일을 보내는 동안 애틋한 표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무표정하고 밋밋한 말투가 오가는 속에서도 왠지 모를 부자간의 그리움과 사랑이 느껴지는 건 어떤 이유일까?

 아들은 아버지의 잦은 기침이 그저 감기인 줄로 알고 빨리 감기 나으라며 약을 건네주고 짧은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난다. 고통스러운 기침이 시작되자 아들이 건네주었던 약을 먹는 주인공의 애절한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버지역의 ‘송재룡’과 아들 역을 맡은 ‘지대한’의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감정선을 절대 놓지 않는 연기력은 정말 훌륭하다.

 밤길 전등을 밝히며 산길을 걷는 모습은 암흑 속 죽음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죽어서 별이 되기를 바라는 주인공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화면에 가득 찬 별들…. 아들은 산 위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빛을 통해 아름다움을 토해내는 설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산을 내려간다.

 영화는 극적인 분위기나 큰 갈등 없이 잔잔한 흐름 속에 주인공의 심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다소 단조로워 지루하게 느껴지실 분들이 있겠지만 죽음이 얼마 남지 않는 감정선에 공감한다면 훌륭한 평가를 하리라 생각한다.

 죽음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신의 몫이며 고요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축복임을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최고의 사랑은 살아있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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