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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여자> (2019) - 홍상수 /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0-11-03 435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도망친 여자> (2019) /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스물네 번째 영화 <도망친 여자>를 보러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기대 가득했다. 베를린 감독상과 부쿠레슈티 각본상 등 해외 영화제의 열띤 찬사와 함께 제목이 안겨주는 묘한 호기심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매번 특유의 생경함이나 거리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소극적 방황성으로 모호한 형태의 ‘도망’을 표현해 오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이번엔 제목부터 그 ‘도망’을 직접 제시하는 관객을 긴장시키는 맛이 있다.

영화는 주인공 '감희'가 남편의 출장 기간 중 방문한 언니뻘 되는 두 여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 옛 여자친구 부부와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영화의 골격인 세 여자와 주인공을 규정하는 키워드와 대화의 중심에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놓여 있다. 결혼으로부터 도망친 이혼녀, 별거 중인 남자를 만나려는 골드 미스, 그리고 친구의 남자를 빼앗아 한 결혼이지만 남편에게서 허위와 가식을 느끼며 실망하고 있는 여인…. 세상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 중 최고형태의 행복을 낳으리라 기대하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형식으로부터의 다양한 ‘도망’의 파편들이 그들의 대화 속에 숨어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도망’의 관찰자처럼 느껴지던 주인공 역시 결혼이라는 제도로부터 ‘도망’ 중인 사람임을 직감하게 되는 영화적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보아온 홍 감독의 영화 중 <도망친 여자>를 제일 좋은 작품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홍 감독의 새로운 세기를 열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까지 생각된다. 그의 오랜 모호한 소극적 방황이 영화의 기교적 탐구를 넘어서서 어쩌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그만의 색상과 형태를 세상에 내놓을 장인적 정신세계의 문턱에 다다랐기를 기대해 본다.           


- 글. 영화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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