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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전설> (1998) - 쥬세페 토르나토레 / 글. 미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0-10-22 434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피아니스트의 전설> (1998) / 쥬세페 토르나토레




주인공 ‘대니 부드만 T.D 레몬 나인틴 헌드래드’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던 거대 여객선 버지니아호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일은 1900년 1월 1일. 세계 각국, 특히 유럽에서 엄청난 수의 이민 인구가 유입되던 시기였다. 특히 뉴욕이 위치한 북부지역은 공업지대가 많아서 일자리를 얻기 쉬운 장점 때문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이민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미국에 오게 되었지만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공통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인틴 헌드래드’의 긴 이름 중 ‘대니 부드만’은 그를 배에서 발견한 흑인 석탄공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지어준 것이었다. 서툴지만 따뜻한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던 아이는 불의의 사고로 대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또다시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그 순간, 홀린 듯이 찾아간 여객선의 무도회장에서 피아노를 마주하게 되고 한 번 들은 곡을 단번에 외워버리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선상의 피아노 연주 단원으로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피아노를 썰매삼아 배 안을 누비고 다니며 놀던 개구쟁이 꼬마는 점차 청년으로 성장해 가고, 트럼펫 연주자 ‘맥스’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면서 피아노 실력도 한층 자유롭고 경쾌해진다. 결국, 그의 이야기는 육지로까지 퍼지게 되고 ‘재즈의 창시자’라는 사람에게까지 흘러 들어가 피아노 배틀을 벌인다. 움켜쥔 손안으로 땀이 흐를 정도의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그는 재즈 창시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면서 시원하게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재즈는 개뿔”

인간의 감정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특히 사랑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설레면서 두렵기도 하다. 태어나고 자란 배 안이 세상 전부인 그는 피아노 건반 위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외의 교류에는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여인을 만나지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배에서 내리며 떠나는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깊은 고민과 생각에 잠긴다. 어느 날 한 승객의 자신이 세상에 나가게 된 이야기를 들으며 드디어 처음으로 버지니아 호 바깥으로 나아갈 인생 최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배와 육지 사이에 걸쳐진 계단의 중간 지점에서 한참을 멈춰있다가 결국 다시 되돌아온다. 

그 후 배를 떠나온 맥스는 시간이 흘러 노후화된 버지니아 호가 곧 폭파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모든 내부를 확인하고 폭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맥스는 직감적으로 배에 자신의 친구가 남아 있을 거라 확신하고 찾아 나선다. 하지만 끝내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그에게 설득당하고 혼자서만 되돌아 나오는데 그때의 여운은 아마도 내 평생을 갈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고의 명대사로 기억되는 것 중에서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나 건반은 88개야.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 건 세상이야. 건반들로 만드는 음악은 무한하지 그건 견딜만해. 좋아한다고 하지만 막 배에서 내리려고 했을 때 수백만 개의 건반이 보였어! 너무 많아서 절대로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수백만 개의 건반. 그걸론 연주를 할 수가 없어.” 

이때 다시 나온 뉴욕의 마천루와 주인공의 독백은 인생 자체에 있어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듯했다. 과연 난 지금의 내 인생을 만족할 만큼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둘 다 아닌 거 같다. 주인공처럼 계단 가운데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거 같다. 

그렇다고 지금 답을 한다고 해도 후에 다시 하지 않을 질문이라고 자신할 수도 없다. 과연 인생에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하던 어디에 있든 쳇바퀴 돌 듯 시곗바늘은 항상 돌고 바늘이 돌아감에 따라 시간도 간다. 영화 <비브르사비>처럼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에 더더욱 답이 없는 거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맞이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음악도 즐기고, 인생에 대한 방향도 다시 한번 재설정하고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것을 권하며 이만 마친다. 


- 글. 영화동아리 씨네몽 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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